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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Perth life - 1년 3개월 본문
호주에 온지 벌써 1년하고도 3개월이 됐다.
처음 도착했던 브리즈번,
운좋게 집 근처 커피클럽에서 일도 해보고
세컨따러 카불쳐까지.
쉴 새없이 일이 터지고 힘들게 생활했다.
그래도 5개월쯤 있었더니 농장에서 망하긴 했지만
어느정도 돈도 모아서 캔버라, 멜번 여행도 하고
한국 갔다오며 싱가폴도 오랜만에 여행하고
다시 브리즈번에 돌아와서 열심히 잘 해봐야지 했으나
정말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특히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최악이었다.
호주에 온 목적의 1순위가 돈이었으니 금전 부분이 최악이라면 망한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나마 내가 버텼던건 이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것.
정말 아마도 내 인생에 있어서 최악이었던 한해, 2013년을 보내고
2014년을 맞았다.
퍼스트 비자는 점점 끝나가기에 늦기전에 세컨비자를 신청했다.
다행히도 일주일만에 세컨비자가 바로 나왔고
비자가 나오자마자 바로 퍼스행 티켓을 샀다.
지역이동이 정말 귀찮고 힘든 일이라는 걸 알기에
웬만하면 브리즈번에서 잘 정착해 살아 보려고 했으나
그러기엔 브리즈번이 너무 싫었다.
남은 일년을 이 곳에서 또 보내기 싫었다.
그래서 정말 큰맘먹고 이번에야말로 아는사람이 아무도 없는 퍼스로 홀로 떠나 왔다.
퍼스에서의 삶은 브리즈번보다는 훨씬 좋았다.
도착해서 한달은 놀거라고 생각했으나 운좋게 2주만에 에이전시에 컨택이 됐고
지금까지 날 먹여살리고 있으니까.
그리고 또 운좋게도 만나는 사람들 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다.
브리즈번에서처럼.
하지만 갑자기 그동안 겪어본 슬럼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큰 슬럼프를 겪었다.
한국으로 돌아갈까 말까를 하루에 수십번 수백번을 생각했다.
갑자기 왜 이런 슬럼프가 왔는지는 모르겠다.
한국이 그립지는 않았다.
하지만 호주에 있기도 싫었다.
그래서 얼마 없는 통장 잔고를 탈탈 털어서 1박2일로 싱가폴을 다녀왔다.
나에겐 나름 힐링이 된 시간이었다.
남들이 봤을때 미친것처럼 보였겠지만, 내가 좋았다는데 어쩔거야.
다행히 지금은 슬럼프를 조금은 털어낸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어서 불면증이 평소보다 더 심해졌다.
1년 3개월을 돌아봤는데 남들처럼 돈을 많이 모으지도 못했고, 여행을 많이 다니지도 못했으며,
친구도 많이 없고 심지어 안좋은 일들은 남들의 배로 많이 당했다.
남은 9개월-혹은 더 짧을수도 있겠지만
과연 잘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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