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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risbane life - I got a job! 본문
일을 구하다.
브리즈번에 온지도 어느덧 벌써 30일째다.
도착한 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최근 2주동안은 레주메를 돌리러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게들은
사람을 안뽑는다 - 그래도 레주메는 받아준다
사람을 안뽑는다 - 레주메가 쌓여있다 더는 못받는다.
이 두 종류였던 것 같다.
사실 후자쪽이 훨씬 많았다.
많이 까이면(...아니 거절당하면;) 무뎌질 것 같았는데 까일 때 마다 스크래치가 세네개씩 생겼다.
매일매일 하락하는 자신감.
그나마 레주메라도 주고 오면 좀 뿌듯하다.
그러던 지난주
지나다가 본 커피클럽이 마침 한산해 보여서 들아가서 인사를 하며 매니저를 찾았다.
그랬더니 하필 매니저가 브레이크 타임 중이란다..
그 직원이 마침 여기 바리스타 한 명 뽑고 있다고 얘기를 해줬다.
그러더니 매니저 기다릴래 아님 내가 전해줄까? 이러길래
직접 줄까 하다 그냥 그 직원에게 매니저에게 전해줘 하고 레주메를 주고 왔다.
매니저에게 직접 줘도 전화가 오지 않는 마당에 왜 그랬나 싶다.
역시나 주중에 전화가 오지 않았고 그렇게 일요일이 되었다.
평소와 다름없던 일요일 오전.
전날 늦게 잤음에도 불구하고 그날따라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아침을 먹고 받아놓은 무도를 보고나니 시간은 어느덧 열두시.
낮잠이나 자볼까 하고 누웠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일요일이라 레주메를 낸 곳에서 전화가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지난번에 냈던 커피클럽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전화내용은 대략
나 커피클럽 매니저인데 너가 Lisa 맞아?
응 맞는데 얘기해봐
레주메 보고 전화했어. 아직 일 구하는 중이야?
응
오늘 인터뷰를 좀 보고 싶은데 세시 반까지 올 수 있어?
당연하지. 이따 봐.
라는 조금 길었지만 대충 요런 대화였다.ㅎㅎ
갑자기 잠이 확 깨면서 정신 차리려고 일단 씻고, 점심을 먹은 후 인터뷰 연습을 했다.
혀가 어찌나 꼬이던지.
약속했던 세시 반이 되기 한 십 오분 전 커피클럽에 도착했다.
누가 매니저인지 모르니 아무 직원을 붇잡고 나 전화받고 인터뷰 보러 왔다. 얘기하니 매니저를 불러줬다.
잠시 기다리래서 앉아서 기다리다가 인터뷰 시작.
의외로 질문-대답이 이어지는 그런 인터뷰는 아니었다.
일단 날 보며 오, 스타벅스에서 일 했네.
다른 것 보다 캐나다에서 일한 나의 경력을 보고 맘에 들어 전화했단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매니저는 나름 날 배려해서 엄청 쉬운 단어와 천천히 얘기한 듯 싶었지만
솔직히 말이 엄ㅁㅁㅁㅁㅁㅁㅁㅁㅁ청ㅇㅇㅇㅇㅇㅇㅇㅇ 빨랐다.
매니저가 한 얘기의 50%만 알아들은 듯.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기억난다.
너 영어 잘 하는 편이네.
근데 조금 모자란 것 같아. 너도 알지?
ㅋㅋㅋㅋㅋ 제대로 지적받았다.
캐나다 갔다와서 흥청망청 놀기만 해서 사실 영어를 많이 까먹긴 했다.
매니저는 주로 얘기하고 나는 맞장구 치는 형식의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나보고 자기를 위해 커피를 만들어 보란다.
그래서 급하게 바에 투입.
다른 바리스타 아이를 불러오더니 옆에서 지켜보라 하고 자기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 여자 직원이 (이름을 까먹었다 ㅠㅠ) 일단 핫초콜릿 두잔 만들어봐. 하길래 엄청 오랜만에 우유 스팀을 했다.
여차저차해서 두잔을 만들었는데 헉.. 진짜 손님에게 서빙이 됐다.
두번째는 카푸치노, 세번째는 라떼, 마지막으로 피콜로 라떼까지.
만들면서 직원에게 나 너무 떨린다고 ㅋㅋㅋ 그랬더니 이해한다며 ㅋㅋㅋ
캐나다 애들처럼 칭찬은 겁나 잘하더라.
나보고 스팀 잘한다며 칭찬 칭찬.
근데 피콜로 라떼는 처음 만들어봐서 폼이 얼마나 들어가야 되는지 몰랐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내가 만드는 과정 보면서 체크한걸 얘기할 때
다른건 다 잘하는데 피콜로라떼가 조금 아쉽다 뭐 이렇게 얘기하더라.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 매니저와 나머지 얘기를 했다.
사실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난다..ㅠㅠ
처음에 살짝 잘못 알아들어 아씨 망했구나 했다가
로스터를 보며 뭔가 한참 생각하다 토요일에 나오란 얘기듣고 얼떨떨.
그리고 일요일도 나오란 얘기를 듣고 얼른 시간 받아적고.
그래서 나 뽑힌거야? 정말? 진짜? 한 세 번을 물어본 듯.
그랬더니 맞아 너 뽑힌거야.ㅋㅋㅋ 이러더라.
나가면서 See you this week! 이랬다.
진짜 얼떨떨 했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그래서 마스터룸 아이들과 외식을 했다+_+
캬.
진짜 일 구한거 맞나?
실감이 여전히 안난다.
근데 제일 중요한 시급을 안물어봤네???????
아하하하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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