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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Perth life - IKEA & Scarborough Beach 본문

Asia/13-16 Australia

#25. Perth life - IKEA & Scarborough Beach

L I S A 2014. 7. 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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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오프였던 어느 목요일.

싱가폴도 잘 다녀왔는데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 큰 슬럼프 때문에 힘들었던 어느 날,

집에만 있으면 더 힘들 것 같아 그동안 가려고 계획만 세워놨다가 못간 IKEA에 갔다오기로 했다.


퍼스의 IKEA는 Innaloo에 위치해있다.

주소는 6 Sunray Dr, Innaloo WA 6018


집에서 IKEA까지 가려면 버스를 한번 갈아타야 했다.

67번을 타고 미라부카 방향으로 가다가 중간에 내려서 99번으로 환승-

Stirling stn 지나서 바로였나? 다다음이었나.. 에서 내렸다.




IKEA의 상징같은 파란바탕에 노란글씨.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쇼핑물품을 담을 수 있는 노란 백들과 줄자, 쇼핑 리스트를 적을 수 있는 종이, 연필 등등.

난 살게 딱히 없었으므로 그냥 지도만 꺼내들었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봤던 IKEA에 직접 오니 정말 지름신이라는게 오는게 확 느껴졌다.

건축,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하나하나 구경하는데 시간가는줄 모르겠더라.

정말 내가 집을 사서 맘에 드는 IKEA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옮겨오고 싶었다.









사실 난 이층침대를 좋아하진 않는다.

고소공포증도 있고, 무엇보다 오르락 내리락 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 디스플레이는 꽤 마음에 들었다.

침대 밑 공간을 티비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 놓은것이

나만의 벙커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하나?




테라스에 놓고 날 좋은날 앉아서 차 마시며 책 보면 딱 좋을 것 같은 테이블과 의자

맘에든다.





키즈 코너(?) 에는 인형들도 이렇게 한가득 있었다.




휙휙 구경을 하다보니 두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출출해서 배를 채우러 왔다.

아마도 IKEA에서 제일 유명한건 1불 핫도그 이겠지만

맛이 별로라는 얘기도 많아서...

그냥 5불 주고 피쉬앤칩스 먹었다.

가격대비 괜찮은 맛이었음.

양이 얼마 안되어보이지만 피쉬 다 먹고 칩스 반정도 먹으니 배불렀음.

기름지고 느끠해서 그런듯.

음료수는 두번이나 리필해먹고.

혼자 구경왔지만 구경에 정신팔려 전혀 외롭지 않았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고 이날루까지 왔는데 그냥 집에가기 아쉬워서

오랜만에 스카보로 비치에 가기로 했다.

421번인가, 한방에 가는 버스가 있긴 했는데 버스 타임테이블을 보니 한참있다 올듯 해서

99번 타고 이날루 쇼핑센터에서 내려서 990번 타고 스카보로에 갔다.









그동안 심심한 날, 혹은 이때처럼 우울증이 돋던 날에 찾았던 바닷가.

근데 그동안 바다에 갔을 땐 항상 흐린 날씨여서 뭔가 아쉬웠었는데

이 날은 하늘이 너무너무 맑아서 바다가 더 예뻤다. 완벽했던 날.

갑자기 찾아온 슬럼프는 나를 꽤 오랫동안 괴롭혔다.

거의 한달간을 우울모드로 살았다.

사람들과 연락하는 것도 너무 귀찮고, 만나기 싫고

그냥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 졌지만...

이 날도 바다를 보며 우울함을 조금은 내려놓고

약간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시티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나를 퍼스로 오게 한 동생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왜이렇게 요즘 힘들어 보이냐고.

별 일 없다 얘기했지만 계속 걱정이 되었는지 이런저런 위로의 메세지를 보내줬다.

근데 그게 왜 그토록 감동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울지 않으려고 기를 썼지만 결국은 터져나온 눈물에 소리없이 울었다.

나에게도 나를 이렇게 진정으로 위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라고 느꼈던 날.

동생 덕분에 슬럼프에서 그래도 빨리 벗어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호주 생활 이제 1년 3개월 째.

언제라도 한국에 돌아갈 수 있지만 아직은 가고싶지 않다.

그래도 1년이나 넘게 살았는데

1년이란 시간동안 좋은 기억이 별로 없었으니

남은 기간만큼은 좋은 추억들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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