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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19 Denmark

#1. Copenhagen life. D+1. 코펜하겐에서의 첫 날

L I S A 2019.03.01 22:06

그동안 정들었던 암스테르담을 떠나 코펜하겐으로 가는 날이 다가왔다.

집에 캐리어가 총 4개가 있었는데 4개를 전부 꽉 꽉 채울 정도로 짐이 참 많기도 했다.

물론 캐리어 4개를 다 들고 올 수 없으니 여름옷이라던가 책같은거는 안쓰는 캐리어와 제일 작은 기내용 캐리어에 넣어

알렉스와 드라고스에게 잘 맡아달라고 했다.

4월에 다시 갈 때 가지러 가거나, 아님 내가 집을 빨리 구한다면 돈을 줄테니 코펜하겐으로 부쳐달라고 했다.

집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미친듯이 짐을 쌌다.

제일 큰 캐리어에 너무 무겁지 않게 가벼운 것들 위주로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의 오산.

작은 사이즈 캐리어도 무게가 어마어마했다.

그나마 캐리어들이 전부 바퀴가 4개에 고장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만약 바퀴 두개짜리 캐리어였다면 나는 지금 살아있지 못할 것 같다.


최대한 깨끗하게 정리를 해놓고 열쇠를 놓고 집을 나왔다.

드라고스가 깬 것 같아서 인사하고 가려고 했으나 노크해도 안나오길래 그냥 버스를 타러 갔다.

늘 그렇듯 공항가는 길엔 69번 버스.

일출을 보며 공항으로 가는 기분이 참 묘했다.

여행을 떠나는게 아니라 아예 네덜란드를 떠나는거니 말이다.


공항에는 너무 일찍 도착했는지 체크인&백드롭 카운터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

공항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카운터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한참 기다리니 카운터가 오픈해서 줄을 섰다.

비즈니스를 끊었는데 비즈니스 줄에 아무도 줄을 안서서 당당히 1등으로 짐을 부쳤다.

제일 처음으로 작은 캐리어를 벨트에 올렸는데 17kg이 나왔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내 느낌상 작은 가방이나 큰 가방이나 둘다 무거웠으니 비슷할거라 생각하고 안심하며 나머지 큰 가방을 올렸다.

42kg.

내가 숫자를 잘못봤나 했다.

순간 아, 망했구나. 짐 더이상 뺄게 없는데 어떡하지? 추가요금 내라고하면 얼마나 내야하는걸까.

막 고민을 하고있는데 직원은 그냥 가방이 좀 무겁네 하면서 heavy tag만 붙이길래,

가방 이렇게 무거운데 추가 요금 안내도 되는거야 괜찮은거야? 라고 물어봤더니

두개 합친 무게로 보면 괜찮다면서 쿨하게 넘어가줬다.

사실 1개당 22kg x 2 여서 다 합쳐도 44kg이 맥시멈인데

엄청 후하게 그냥 봐줬다.

비즈니스 자리가 널널해서 그랬나..

비즈니스를 끊으니 시큐리티도 fast track 으로 오랜 기다림 없이 휙휙 끝낼 수 있었다.





Aspire Lounge 26

나는 PP 카드도 없는 처지라

비즈니스 탈 때 아니면 라운지를 갈 일이 없는데

정말 오랜만에 라운지를 들릴 수 있었다.

사람은 꽤 많았다.

음식은 가짓수가 많지 않았지만 배부르게 먹을만은 했다.

다 탄수화물이니까.

미니 머핀 두개와 팬케익 두조각, 그리고 미네스트로니 수프,

그리고 카푸치노와 미니 스트룹와플.

딱 이렇게만 먹었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엄청 배불렀다.

팬케익은 굉장히 오버쿡 된 느낌이지만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정작 네덜란드 살면서 팬케익은 많이 안먹은것 같다고 문득 생각을 했다.

라운지 안에는 화장실도 있었다.

라운지 안이어서 그런지 가방을 놓고 화장실을 갔다와도 될 것 같았다.

물론 가방 놓고 화장실 다녀와도 아무도 내 물건에 손대지 않았다.

이건 라운지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유럽에서는 화장실 갈 때 한국처럼 테이블위에 의자위에 놓고가면 다 털리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보딩 시간에 맞춰서 게이트 앞으로 갔다.

다행히도 멀지 않은 곳에 게이트가 있어서 많이 걷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스키폴 공항은 게이트 잘못걸리면 15분도 넘게 걸어야 할 수도 있다.





내가 탄 항공사는 SAS, 스칸디나비아 항공이었다.

핀에어만 주구장창 타다가 스칸디나비아 항공을 처음 타봤는데

북유럽 항공사답게 굉장히 깔끔했다.

비행기를 탑승하고 눈을 감자마자 잠들었는데,

딜레이 된다는 방송에 잠이 깨서 시계를 보니 20분이나 잤다.

그렇다. 약 20분이나 딜레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잠깐 잔 20분이 꽤 깊게 잠들었는지, 자다 깨서는 정신이 멀쩡해졌다.

이륙 하자마자 핫 타월을 나눠주고, 수거해간 후 네모난 박스를 하나씩 줬다.

짧은 거리라 핫 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 주는게 어디인가 싶었다.

기내식을 나눠주고 빵도 나눠줬는데 종류가 다양해서 뭘 먹을까 고민을 잠시 했다.

무슨 빵인지 종류를 몰랐던건 비밀.

기내식은, 뭐랄까, 이것이 바로 북유럽의 맛인가... 싶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이었다.

감자, 호박, 그리고 파테? 같은것이 함께 있었고

블랙푸딩 크럼블과 링곤베리 소스가 있었으나

당췌 어떻게 먹어야 제대로 먹는 건지 몰라서 그냥 대충 섞어 먹었다.

기내식을 남긴건 처음이야............

장거리 비행 비즈니스 음식은 괜찮겠지? 짧은 거리라 이런 맛이라고 믿는다...

핀에어 비즈니스 기내식은 진짜 맛있었는데 말이지.

저중에 제일 맛있었던건 단연코 빵이었다.

따끈따끈해서 너무 좋았다.

버터가 없었던게 아쉬웠다.

기내식 박스를 수거해 간 후 초콜릿을 줬다.

수제 초콜릿 느낌이 물씬 났다.

먹느라 초콜릿 사진은 안중에도 없었다.





어느덧 코펜하겐 시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려 20분이 넘게 딜레이가 됐지만, 예정시각보다 10분 일찍 도착을 했다.

짐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내 짐은 무려 priority 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두개의 가방을 가지고 입국장으로 나왔다.

시내까지 가는 티켓을 뭘 사야하나 고민하다가

어차피 오늘 뷰잉도 다녀야 하고 처음이니 관광도 할 겸

city pass 96 hours 짜리를 샀다.

가격은 250 dkk

약 34유로였다.

네덜란드 뺨치게 비싼 교통비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네덜란드에서 살다와서 비싼 교통비는 어느정도 적응됐다고 생각했는데

유로가 아닌 덴마크 화폐 단위로 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친절하게도 공항에서 집까지 오는 방법을

아주아주 자세하게 적어줘서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는 Valby까지 헤매지 않고 잘 찾아올 수 있었다.





가격 때문에 고른것도 있긴 한데,

집의 위치가 정말 좋았다.

역 바로 옆 쇼핑몰에 있는 플랏이라니!





큰 캐리어 두개를 들고 돌아다닐 수가 없으니 Espresso House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꽤 따뜻했던 날씨 덕분에 아이스 라떼를 시켰다.

스타벅스는 인터내셔널 기업이라 메뉴가 영어로 되어있는데,

에스프레소 하우스는 메뉴가 덴마크어로 써져있었다.

그렇다고 못알아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혹시 모르니 직원에게 영어 할 줄 아냐고 먼저 물어본 후 영어로 아이스 라떼를 주문했다.

커피를 마시며 findroommate 사이트도 열심히 보고, 페이스북 코펜하겐 페이지도 열심히 보고.

일단 뷰잉 약속이 2개나 있었지만 그들이 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많이 뷰잉을 하고 싶었다.

물론 연락이 와야 뷰잉을 보러갈 수 있는 거긴 하지만 말이다.

오기 전에 미리 3군데 뷰잉을 잡았는데

그 중 한군데 사람이 소통이 너무 안되고 짜증나서 뷰잉을 취소했다.

내가 7시 이후에 보러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몇번이나 얘기했는데

자꾸 6시에 오라고 하고, 다음날은 안되냐고 물어본거에는 대답도 안해주고

뭔가 철벽이랑 대화하는 느낌이었달까.

결국 오늘 뷰잉은 두군데만 가기로.





한참을 기다려 만난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너무너무 인자해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카페에 동양인이 나 하나여서 한번에 알아본것도 있겠지만, 나의 짐덩어리 두개가 더욱더 나라는걸 명확하게 했을 것이다.

나의 임시 숙소는 에스프레소 하우스 바로 건너편이었다.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

건물 구조가 약간 특이해서 집 올라가는길이 헷갈렸다.

방은 사진으로 볼 때보다 더 좋았다.

내가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은 내 방과 화장실 뿐이지만,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거실과 주방, 발코니 그리고 호스트 방도 구경을 했다.

이 가격에 이런 집이라니.

나는 여행하러 온게 아니니 센트럴은 아니어도 상관이 없어서

가격 저렴하고 역에서 집까지 최소 동선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은건데 정말 잘 찾았다고 생각했다.



첫번째 뷰잉은 Frederiksberg 쪽에 있는 집이었다.

메트로 역에서 걸어서 8분정도 걸리긴 했지만 주변 환경이 꽤 괜찮았다.

약속시간보다 아주 조금 일찍 도착해서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내려는 찰나에

자전거를 타고있는 남자가 너가 혹시 리사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했더니

알고보니 내가 컨택한 커플중 남자분이었다.

굿 타이밍.

집은 무려 5층이었다.

엘레베이터가 없었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방은 사진과 똑같았다.

침대가 싱글침대인게 조금 아쉬웠지만

내가 지금 그런거 아쉬워할 처지가 아니야......

건물은 오래됐지만 집은 레노베이션을 했는지 전체적으로 깨끗함 그 자체였다.

화장실도 내 스타일. 깨끗깨끗.

주방도 정말 깨끗했고, 세탁기도 집 안에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메세지를 엄청 많이 받았을텐데 뷰잉에 초대받은게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남자분이 필리핀 분인데 한국에서 영어 가르친 적 있다고 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초대받은걸까.

여튼 한국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대화는 의외로 잘 통했고 좋았다.

왜 3개월+possibly extend 라고 썼냐고 물어봤더니

괜히 6개월 혹은 1년 계약했다가 중간에 서로 안맞아서 사이 틀어지는 것보다

3개월로 일단 정해놓고 살아보고 잘 맞으면 계속 같이 사는게 더 좋을것 같다고 하더라.

듣고보니 괜찮긴 했다.

외국인이랑 같이 사는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내가 써놓은 프로필도 꼼꼼하게 읽어본 느낌이 확 들었다.

집도 메이트도 마음에 들었다.

첫 뷰잉이 이렇게 마음에 들 줄이야.

내일 낮에 뷰잉이 하나 더 있어서 내일 뷰잉 마치고 저녁에 다시 연락을 하기로 했다.



두번째로 간 곳은 공항 근처 Kastrup.

메트로 역에서 집까지 걸어서 10분정도가 걸렸다.

집 근처에 버스정류장이 있는걸 뷰잉하고 나와서 알았다... 괜한 고생 추가.

두번째 집 주인은 페이스북에서 찾은 곳이었다.

가격이 좀 더 저렴했다. 위치는 시내와 멀었지만. (멀어봤자 20분 안쪽이긴 하지만..)

집 주인은 사진에서 본 듯이 중동? 남자분이었다.

집 주인과 테넌트 두명이 사는 집이라고 했음.

이 집은 방과 창문이 엄청 넓고 커서 좋았으나

화장실이 전형적인 덴마크 스타일 화장실이라고 해야하나.

굉장히 좁았다.

깜짝 놀랐네.

전에 남자 둘만 살아서 그런지 주방은 약간 컨디션이 별로였다.

방 큰거랑 가격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집주인이 남자,,, 집주인과 둘만 살아야 하는게 조금 마음에 걸렸다.

어쨌든 집주인은 사람은 참 좋아보였다. 일단은.

여기도 역시 내일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인사를 뒤로하고 나왔다.





버스를 기다리며 괜히 찍어본 티켓.

코펜하겐 요금 체계는 참 어렵다.

네덜란드보다 더 헷갈리고 더 어렵다.

언어의 문제도 있지만 정말 헷갈린다.

큰일이다.


버스를 타고가는 중에 얼마 남아있지 않던 나의 폰 크레딧이 0원이 되어

핸드폰은 시계로만 보며 간신히 코펜하겐 역에 도착을 했다.

세븐일레븐에 프리페이드 심카드를 판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역 안 세븐일레븐에 들렸다.

Lebara 심카드+탑업(아마 데이터 60gb인가.. 이게 최소였..) 해서 148 dkk를 결제했다.

약 20유로.

심카드 가격 뺀다면 데이터 요금은 네덜란드에 비해 정말 저렴!

물론 내가 보다폰을 써서 비싸게 돈을 낸것도 있긴 하지만;;

탑업 하는 영수증도 전부 덴마크어로 써있어서

친절하게도 직원이 액티베이트를 도와줬다.

제대로 됐는지 바로 4G가 뜨고 데이터 사용이 됐다.

덴마크 사람들 참 훈훈하게도 생겼는데 친절하기도 하다.


기내식 이후로 쫄쫄 굶어서 valby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버거킹에 들어가 햄버거를 사서 집으로 왔다.

생소한 덴마크어에, 헷갈리던 메트로, s train, 길찾기 등등으로 기운이 쪽 빠졌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가있었다.

첫날부터 뷰잉을 너무 빡세게 잡은걸까.

무엇이 나를 이토록 조바심나게 만드는걸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참 고단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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